개인적인 감상으로 우리 회사 에디터들과 디자이너들은 톤이 상당히 대비된다. 개개인 이미지와 팀 이미지가 상당히 부합하고, 두 팀 이미지는 또 정반대다.
기획팀,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에디터들은 전반적으로 뭐랄까. 자기 쪼가 확고하다고 해야 하나. 장점이라면 추진력이 좋다. 사업을 전개하는 포지션이라면 필수적인 역량이다. 클라이언트를 진정시키는 필살기이자 생존법이기도 하다. 아 참, 맷집도 좋네. 중간에서 조율할 일이 많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일상이다. 멘탈에 굳은살 베긴 거다.
단점이라면 업무에 관해 외골수 기질이 있다는 것. 하긴 외골수라서 경주마처럼 추진하는 거다.(그렇다, 합리화다.) 더군다나 나는 전편에서 말했듯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의견을 물어보고 절충하려 한다. 개인주의는 분명 편리성이 있지만 팀워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단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독단적이고 편협한 업무방식을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에 반해 디자인팀은 초식인 느낌. 유하고 섬세하다. 감각적인 일을 다루는 사람들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이 또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수용적이고 우호적이다. 업무 순서로 볼 때 디자인 보다 기획이 앞서기에 대체로 에디터 지시에 따라 디자이너가 움직인다. 오더가 빡셀 때도 고맙게도 잘 받아준다. 토 달거나 불평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타 회사의 경우, 이런 관계성 때문에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척지는 상황이 상당하다. 우리 디자이너들이기에 담담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너무 말랑하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다소 의존적이다. 주체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반박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디자이너들을 탓하고 싶진 않다. 회사 관습이 굳어져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내심 디자이너가 먼저 회의를 주최하거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들을 기대한다.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디자이너들이 편하게 자기 말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갈 거다.
달리는 외골수와 말랑한 초식인들. 우리는 마치 화살과 쿠션 같은 사이다. 구부러지는 법 없이 관철하고, 튕겨내는 법 없이 받아내는. 이 무슨 불협화음인가 싶지만, 불협화음도 화음이다. 화살 같은 사람이 있어 일이 나아가고, 쿠션 같은 사람이 있어 관계가 유지된다. 균형이 맞다고 생각한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잘 버텼고 잘 지냈다. 각자 위치에서 모두 잘 성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고생하는 전우들에게 글로나마 위로와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