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때 첫인상이 꽤 인상 깊었는데, 스타일이요즘 애들스럽게 좋았다. 허리까지 오는 히피펌에 옷도 잘 입었고 눈꼬리도 새침하게 올라가서 모델 같은 느낌.
대학 시절에 동아리 장도 해봤다고 하고, 팀플할 때는 주로 리더 포지션으로 조를 이끌었다고 했다. 질문에 떠는 기색 없이 생글생글 말을 잘했고 답변도 맘에 들어서 내 기준 딱히 흠잡을 게 없었다. 물론 포트폴리오도 좋았고.
면접 직후에 팀원들이 후기를 공유해달라기에 ‘인싸 디자이너’가 들어올 거라고 했다.
MZ 서타일 따라잡기(feat. 성수·홍대st)
우리 회사는 복장에 있어서 만큼은 자유롭다. 본인은 옷에 딱히 관심 없는 바, 다른 사람들 옷 입은 걸 열심히 눈팅하는데 그간 열심히 분석해본 요즘 옷들 특징을 짚어본다.
1. 크롭한 상의
요새는 크롭 기장이 기성복 기본인 듯하다. 입은 거 보면 생각보다 과하지 않다. 바지랑 잘 매치하면 캐주얼하게 예쁘더라.
2. 헐랭이 바지
크롭티에 보통 벙벙한 핏의 바지를 입더라. 언젠가 벙벙한 수준을 넘어 풍선 입은 것 같아서 놀린 적 있는데, 사실 진짜 편해 보여서 따라 사고 싶었어~
3. 가방은 손바닥 혹은 보부상
저게 가방인가 싶은 미니백을 분신처럼 들고다닌다. 자리 한편에는 이것저것 다 들어갈 만한 보부상 가방도 있다. 아마 두 개 용도가 다른 듯하다.
4. 꾸안꾸 후리후리 핏
편하면서 스타일리시한 게 패션 추세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트렌드다. 일하기 편하자너.
완전 넘겨짚었다. 겪어보니 권 주임(당시 사원)은 산소 같은 여자 그 잡채였다. 분명 같이 있는데 있는 듯 없는 듯하며 친목에 딱히 취미 없어 보이는 고양이 재질.
첫인상이 첫인상인지라 한동안 미련을 놓지 못했다. ‘아직 회사 적응이 덜 돼서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거겠지’ 생각했다. 처음엔 낯가리다가 어느 정도 친해지면 끼를 넘어 똘끼 방출하는 군상들을 회사생활하며 겪어본 탓이다. 그 인간들 내가 참 좋아라 했는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 않는가. 권 주임을 그들과 겹쳐본 건 오산이었다.
내가 강아지 상인가, 고양이상인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댕댕 그리고 냥. 막간 인류 탐구를 해본다.
강아지상 특
무리 속에 늘 속해있다. 식사고 간식이고 휴식이고 어울려서 하는 게 좋다. 대화를 주도하고 리액션도 좋아 분위기 메이커다. 어디 가도 미움 안 받는 부류.
고양이상 특
밥을 먹든 쉬든 혼자여도 개의치 않는다. 다가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먼저 나서지 않는 편. 대인관계 기준이 명확해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부류.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도록 권 주임의 거리두기는 계속 됐다. 말을 거의 안 섞어서 목소리 듣기 당최 힘들었다. 무슨 질문하면 답변은 네, 아니오 둘 중 하나.
‘신입, 너 나 맘에 안 드니?’ 뇌내망상한 적도 소올직히 있었다. 옹졸한 생각은 소심한 마음에 입 밖으로 일절 내진 않았다. 돌이켜보면 참 다행이고 잘했지 싶다.
신입들 잘 봐두라고(feat. 사회생활 팁)
1. 인사는 패시브야 명심해
결코 생략할 수 없는 기본값이다. 사회생활 만렙도 요거 안 하면 말짱 꽝이다. 일단 인사 잘하면 호감도 절반은 찍고 들어간다.
2. 쫄지 마, 어깨 펴고
누구든 처음 일할 땐 어리버리하다. 모두 똑같은 사람이고 웬만하면 이해한다. 주눅 들지 말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침착하게 살펴보라. 쫄면 쫄수록 짠내 나는 상황되니까.
3. 물음표 살인마, 오히려 좋아
업무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혼자 끙끙 앓는 경우 많다. 선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안면몰수 하고 물어보란 말이다. 선배들은 오히려 좋아할 거다. 진짜루.
회식을 했다. 때 늦은 입사파티로 권 주임이 좋아한다는 곱창을 먹으러 갔다.
간만의 술자리에 조큼 신났던 나란 인간, 자타공인 알코올 요정으로 그날도 잔 채워지는 족족 홀짝대고 있었는데. 맞은 편 권 주임을 가만 지켜보다가 띠용했다.
빼지도 않고 꺾지도 않고 한입에 털업 털업 털업. 강요 아니냐고? 큰일 날 소리. 강요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지 혼자 마구 달리는 게 마치 나를 보는 듯했고, 동지를 만난 기분에 나는 또 신나버렸다.
천안 회식장소 추천
고기굽는정원
두정동 먹자골목에서 넓은 주차장을 완비한 드문 고깃집이다. 좌석이 널찍해서 전체회식도 무리 없다. 의외로 호불호가 갈렸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 쾌적하고 맛도 무난해서 좋았다. 👉 메뉴 보러가기
마담식육점
회사 근처 고기집이다. 여기서 회식까지는 안 해봤고, 야근하다가 몇 번 와봤다. 근방에 유명한 고기집이 많은데 여기는 생긴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비교적 한산하다. 고기 질이나 맛, 쾌적성 등을 다 따졌을 때 회사 근처에서는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청수동에 있는 이베리코 전문점이다. 맛으로는 반박불가고, 무엇보다 좋은 거는 일일이 구워준다는 점이다. 찬도 정갈하고 가족 식사로도 좋을 듯하다. 가격대가 조금 나가는데, 뭐 회식엔 법카 아입니까.(찡긋) 👉 메뉴 보러가기
무튼 둘이서 경주마처럼 달렸다. 2차인가 3차부터는 권 주임이랑 나랑 거의 맞다이. 취기에 마주 앉아 아무말 대잔치했던 거 같다. 권 주임 말 그렇게 많이 하는 거 처음 봤다.
대화 내용은 거의 기억 안 나는데, 그때 속내를 많이 들었다. 본인은 원래 말수가 적은 스타일이며 선배들과 대화할 때는 심사숙고하느라 버퍼링에 걸린다고 했다. 그럼 면접 때는 뭐였냐고 물으니, 그때는 하도 긴장해서 본인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더라.
즐겁게 떠들다 보니 권 주임은 신세경이 되어 있었다.(지붕 뚫고 하이킥 아는 사람 손.)
N차로 가기 좋은 천안 술집 추천
참치다와요스시(2층)
이토록 가성비 좋게 참치 먹을 수 있는 집 드물다. 3명이서 5만 원이면 준 코스급으로 참치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가격이 착하다보니 아주 고퀄은 아니지만 맛이 떨어지진 않는다. 일식에서 터프함을 느낀 건 여기가 유일무이하다. 메뉴는 일식인데 옛날 중국집이 떠오르는 인테리어에 공기는 살짝 눅눅해서 술꾼들은 환장할 분위기. 다만, 화장실 상태 중요한 사람은 절대 못 감 주의. 👉 메뉴 보러가기
아침산저녁바다
옛날식 막걸리집이다. 레트로 갬성이 잔뜩 묻은 인테리어에 그냥 들어가 앉아만 있어도 취하는 느낌이다. 노래 선곡도 기가 맥힌다. 곱창전골을 먹었는데 진짜 다라이로 그득하게 나온다. 목구멍을 탁 치는 칼칼함이 좋았다. 술 한잔 마시고 국물로 내려주고 무한흡입 SSAP 가능. 청당점에 갔는데 지금은 사라졌는지 네이버 맵에 나오질 않는다. 다행히 불당점이 있단다. 👉 메뉴 보러가기
이후 권 주임은 무럭무럭 자라 1년을 훌쩍 넘게 함께 하고 있다. 여전히 산소 같지만 그런대로 편한 사이가 됐다.
그러니까 말이죠. 함부로 넘겨짚지도 오해하지도 조급하지도 말 것. 모든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자연스러워질지니. 내 멋대로 내린 오늘의 교훈, 끝!
슨배림들 리쓴 투 미(feat. 자기반성)
1. 올챙이 적 생각하자
신입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답답한 순간들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는 나 처음할 때 생각하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을 거 아녀들~
2. 감성·이성 컨트롤 잘하시고
업무 상황에서는 감성 빼고 이성으로만 지시하고 피드백한다. 그게 적확하고 피로도가 적다. 때때로 감성회로 돌려서 신입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위로해줄 필요도 있다.
3. 얘네도 불편할 거 아녀
신입들은 회사생활 안 그래도 어려울 거다. 일만 하기에도 벅찰 거고. 그러니까 먼저 말도 걸고 조언도 하고 농담도 치면서 긴장 좀 풀어주면 신입과의 관계가 훨씬 윤택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