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맞는 클라이언트를 만난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일로 만난 사이라지만 웬만하면 웃으며 하는 게 좋지 않은가. 일이 즐겁고 사람이 좋으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다. 고로 대행사의 원동력은 클라이언트다. 친애하는 고객님들과의 소소한 추억을 하나씩 풀어보겠다.
몇 달 전, 인쇄 감리를 나갔을 때다. 본인과 디자이너, 고객사 담당자 이렇게 셋이 인쇄소 사무실 단칸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가죽소파에 덩그러니 마주 앉아있자니 자칫 분위기가 뻘쭘해질 것 같았다. 우리 디자이너야 워낙 말이 없는 친구고(이전 화 참고), 나란 인간 노력형 I 인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온갖 이야기거리를 끌어와 말을 잇기 시작했는데, 느낄 수 있었다. 정성껏 내 말에 경청하고 호응하고 있는 고객님도 노력형 I라는 걸. 무진 감동.(IXFX임.)
우리는 즐겁게 기빨리는 수다를 계속했다. 내향인들은 알 거다. 즐거우면서 기빨리는 고군분투란 무엇인지. 얘기를 하다 보니 어쩐지 공통점이 많은 거다. 나이도 같고 사는 곳도 비슷하며 반주를 즐기고 장기 연애를 했으며 본인은 유부, 그쪽은 곧 유부라는 것까지. 끼워맞추는 감이 있긴 했지만, 아무렴. 하마터면 손뼉 짝짝꿍칠 뻔.
운명의 단짝을 만난듯 이것저것 신나서 끼워맞추다 보니 급기야 아는 형님까지 소환했다. 아는 형님이란 다름 아닌 우리 대표님인데. 거기서 내가 왜 대표님 고향을 깠는지 이제와 알 길 없지만, 노올랍게도 고객님과 동향인 거다. 나랑 같은 고향도 아니면서 뭐가 그리 반가웠는지. 호들갑을 한층 격상했다. 고객님도 내가 민망하지 않게 받아주었다.(고맙슴다.)
무튼 그날 한바탕 수다를 불태웠다. 나올 때쯤엔 입이 하얗게 메말랐던 것 같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아는 형님께 그날 있었던 썰을 푸니 반짝 관심을 보이셨다. 본인 살던 곳이 작은 동네라 아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며. 무튼 보기 드문 동향인 소식이 무진 반가우셨는지 한동안 고향 자랑을 그렇게 하셨다. 봇물 터진 일장연설.. 대표님 행복하면 됐죠.. 그러세요 그럼..